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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포 전설

*대홍포 전설

어느 왕조 때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황실의 황후가 이상한 병에 걸린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황후는 위장이 붓고 소화도 되지 않으며 정신마저 흐릿해지는 특이한 병이 들었다.

황제는 어의를 데려오고, 도사를 시켜 영단 묘약을 찾게 하였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

 

하루는 황후가 눈물을 흘리며 태자(太子)의 손을 잡고 당부하였다.

"만약 나에게 효도할 마음이 있다면 어의에게 의존하지 말고

 마을에 내려가서 비방이 있는가를 알아봐 주시오."

"어마마마, 안심하십시오. 소자가 곧 길을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자는 이렇게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날이 밝자 무명 천으로 옷을 갈아입고

얼마의 노자를 가지고 길을 떠났으며 가다가 마을이 보이면

그곳의 촌로들을 찾아가 전래의 비방이 없는가 물어보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마을의 노인이 태자를 보고

"대체로 신선이나 은사들은 모두 깊은 산, 울창한 숲에서 살면서 신체를 수련하고

 약초를 캐어 연단(練丹)을 만들어 복용하며 장수를 누립니다.

 그러니 그 비방을 얻으려면 깊은 산,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입니다" 라고 충고했다.

 

태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어머니를 위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식량을 준비하고 몸에 호신용 단검을 지닌 채

큰 산으로 걸음을 옮기어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보기에는 그렇게 높지 않아 보였던 산은 갈수록 높아만 지고 의외로 험준하였다.

 

하루는 지치고 배가 고파 인가를 찾았으나 주변에서 인가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어떤 큰 나무 위로 기어올라 열매를 따서 허기를 채우려고 하였으나

나무 위로 올라갈 기운마저 없어서 아래에서 나무를 흔드니 잘 익은 열매들이 땅에 떨어졌다.

그는 그 열매로 요기한 후 너무나 피곤하여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 하는 외침에 잠에서 깨었다.

태자가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어떤 백발의 노인이 저쪽 나무 아래에 넘어져 있고

산 아래에서 호랑이가 노인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태자는 다급히 보검을 빼어들고 나무 밑에 숨어있다가

그 호랑이가 다가오자 측면에서 힘주어 찔렀고,

갑자기 일격을 당한 호랑이는 선혈을 내뿜으면서 천천히 땅 위에 쓰러져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태자 덕분에 살게 되자

"당신은 정말 담이 크고 무예가 뛰어나십니다. 이제 저의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그 은공을 보답할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태자는 급히 노인을 부축해 일으키며

"과찬이십니다.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도 구하지 않는다면 어찌 대장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아랫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입니다" 라고 겸손히 대답했다.

 

두 사람은 나무 아래서 나무 열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인은 소년이 영준한 데다 행동 거지가 속되지 않은 것을 보고

평범한 사냥꾼은 아닌 것 같은데 왜 홀로 산 속을 헤매고 있었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태자는 어머니가 여차여차한 병으로 고생하시고

그 때문에 비방을 찾으러 나섰다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병으로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대목에 이르자 눈물을 흘렸다.

 

사연을 듣고 난 노인은 효심에 탄복해 마지 않았다.

한참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겼던 노인이 갑자기 허벅지를 탁 치며 말하고 것이었다.

"비방이 있어요."

"어디요?"

노인은 은발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었다.

노인에게는 왕성(王成)이라는 사촌 형님 한 분이 계신데 무이산 기슭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외숙모가 병이 들었는데 역시 밥맛이 없고 정신이 흐릿하고 배가 부어 올랐다.

노인의 사촌 형님은 어떤 사람의 소개로 산에서 나뭇잎을 뜯어다가 물에 끓여 마셨다.

첫 사발을 마셨더니 위장이 편해지고 두 번째 마시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고 정신이 들었다.

세 번째 마셨더니 배가 고파지고 뭔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도 무이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위장에 탈이 생기면

바로 산에 올라 그 나뭇잎을 뜯어다가 끓여 마신다는 얘기였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태자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에게 그 나무를 찾아달라고 간청하였다.

노인은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 흔쾌히 그와 함께 동행하였다.

그들은 두 마리의 말을 타고 길을 재촉하였다.

 

이튿날 새벽 그들은 왕성의 집에 이르렀고 왕성과 함께 어느 한 벼랑으로 갔다.

왕성은 바위 위에 서 있는 몇 그루의 작은 차나무를 가리키며

"다 왔습니다. 바로 이 나무의 잎이지요" 라고 말했다.

태자가 머리를 들고 쳐다보니 층암절벽 위에 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도

가지가 굵고 잎이 무성한 차나무가 세 그루 서 있는 것이었다.

그중 가운데 나무가 좀 크고 좌우에 서 있는 나무는 가운데 나무보다도 조금 작은 것이

마치 삼형제가 바위 사이에 의좋게 서 있는 것만 같았다.

태자는 왕성의 도움으로 절벽에 기어올라 잎들을 뜯어

가지고 있던 붉은 천으로 조심스레 싸서 품에 넣고는 산을 내려와서

말을 채찍질해서 서울로 달렸다.

 

태자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황후를 뵈었다.

황후는 전보다 초췌해 있었고 정신은 더욱 흐릿해진 것 같았다.

태자는 그러한 황후의 손을 잡고 "어마마마. 소자가 선약(仙藥)을 가져왔습니다" 라고 아뢰었다.

황후는 태자의 정성에 감복하여 가지고 온 차로 우려낸 찻물을 한 사발 마셨다.

그랬더니 뱃속이 갑자기 우글거리며 신기하게도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황후는 연거푸 찻잔을 받아 마셨다.

그렇게 며칠동안 계속하여 마셨더니 황후의 병은 곧 완치가 되었다.

 

이 일은 조정의 문무대신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달려와 황후께 축하를 드렸으며 황제도 용안에 웃음을 띄웠다.

그 후 황제는 겨울이 오면 용포를 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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